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한 인물의 부재를 통해 가족과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자유롭고 당당했던 인물 ‘시선’의 죽음 1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서 사랑, 상처, 화해, 연대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보여줍니다. 따뜻하고 다정한 언어로 풀어낸 이 소설은, 남겨진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포착합니다. 이번 독서후기를 통해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 울림을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부재가 남긴 흔적, 시선을 통해 바라본 삶
『시선으로부터,』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부재가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시선은 소설 시작부터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부재는 오히려 소설 전체를 살아 숨 쉬게 만듭니다. 가족들은 하와이에서 시선을 추억하며 그녀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들의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시선은 단순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남긴 존재였습니다. 그는 편견에 맞서 싸우고, 사랑에 솔직했으며, 무엇보다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시선의 삶을 기억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짓습니다. 이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세랑 작가는 시선을 단순히 이상화하거나 미화하지 않습니다. 시선 역시 실수하고, 고통을 겪은 인간으로 그려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현실적이면서도 더욱 진한 울림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이 주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어떻게 기억되는지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다양한 가족의 목소리, 입체적인 서사
『시선으로부터,』는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시선의 세 아이, 그리고 조카들, 손주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시선을 추억하고, 또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다양한 목소리 덕분에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해집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세대 간의 간극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시선의 삶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때로는 시선의 과감한 선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해석과 감정이 충돌하면서도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가족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인물들마다 성격, 고민, 사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인물,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인물, 더 큰 꿈을 좇는 인물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펼쳐지며 독자에게 ‘정답 없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정세랑 특유의 따뜻한 시선은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을 차별 없이 감싸 안아줍니다.
하와이라는 공간, 자유와 치유의 상징
이 소설에서 하와이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시선을 추모하는 하와이 여행은 가족들이 일상의 무게를 벗어나 서로를 다시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하와이의 따뜻한 햇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가족들에게 치유와 자유를 상징합니다. 각자의 상처를 품은 채 여행을 시작했지만, 하와이의 자연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상처를 풀어내고,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하와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가족들의 감정과 관계가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 됩니다.
정세랑 작가는 하와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직접 하와이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공간적 설정 덕분에 소설은 더욱 생기 있고, 동시에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시선의 삶이 전하는 메시지
『시선으로부터,』는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시선은 완벽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의 기대나 편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투쟁하며 삶을 살아냈습니다.
시선의 삶은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살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남겨진 가족들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도 깊이 와닿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시대에, 시선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와 용기를 일깨워줍니다.
책을 덮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과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시선으로부터,』는 이런 질문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던지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누구에게나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자유롭고 당당했던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남겨진 이들이 성장하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공간적 감성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기며, 무엇보다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시선으로부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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